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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이 많은 밤

체감상 토요일보다 일요일이 길었던 주말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오늘 하루가 왜 이렇게 길까 생각해보았다.

일찍 일어난 건 토요일이었는데 일요일날 실질적으로 했던 일이 많아서 그런가 만났던 사람들이 많아서 그랬나

약간은 피곤하고 버거운 하루를 끝내고 버스에 올랐다.

버스에 오르자마자 아니나다를까 폭우처럼 비가 쏟아져내려오기 시작했다. 이따금씩 천둥과 바람과 비가 몰고와 길 앞이 보이지 않기도 했다.

길이 많이 정체되어 있어서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열심히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터놓고 또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그러고나서도 전화를 들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뭐가 그리 할말이 많은지 생각했다.

할 말이 없는데 억지로 붙잡고 있는 것은 아닌건지 내가 괜히 물고 늘어지는 건 아닌건지 고민이 들기도 했다.

그런 밤이 있다. 할말은 다 했는데 그래도 수화기를 붙잡고 싶은 밤 상대방도 말이 없는데 그냥 놓고 싶지 않은 밤

어젯밤은 유독 그랬고, 쉽게 끝낼 수 있는 대화가 아닌 빗방울 소리 만큼이나 묵직한 주제를 꺼내놓았고 그 이야기를 날것 그대로 추적추적 받아들였다.

결론이 나지 않을거라는 것을 알면서 결론을 내기 위해 혼자 부던히 애쓰던 새벽을 뜬눈으로 지내고 나니 갑자기 툭 의구심이 들었다.

 

그래서 지금 행복하다는건대, 힘들다는건대?

 

행복한 고민을 불행하게 하고 있구나 퍽 - 그런 생각을 했다.

지금 생각하는 것들이 많은데 결론으로 도달하지 못했고 묻고 싶은 말들이 많은데 결론으로 도달하지 못했고 그래서 나는 어떻게 하고 싶은지 결론으로 도달하지 못했던 밤이었다.

나 상처 안받겠다고 남 상처 주는것도 싫었고 내가 어떻게 할 수도 남을 어떻게 하라고도 못하는 상황이 싫었고 싫고 안좋은 것 투성이었는데

할말이 많았던 밤이었는데 결국 많은 말을 품고 자느라 내내 뒤척이던 밤이었다.

행복을 불행으로 받아들이고 쉬운 길을 어렵게 돌아가면서 내가 지금 충분히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은 받아들이고 그 기분을 마음껏 누려야겠다는 결론은 7월의 아침에 내렸다.

다가오는 2017년 하반기는 조금 더 기쁜 마음에 한발 더 다가서기를 조금 더 기쁜 마음으로만 얻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러면 기분좋은 일이 퐁퐁 솟기도 하고 든든한 고목나무도 생기기도 하고 꿈이든 현실이든 지켜줄 누군가가 생기기도 할테니까

잠잠하게 기다려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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