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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새해는 2월

몇년 전부터 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항상 생일 쯤 일을 그만 두고는 했다

생일만큼은 즐겁게 보내고 싶어서인지

왜인지는 이유를 아직도 알 수 없으나

몇번의 회사와 직업을 바꾸면서

나는 그렇게 생일쯤이면 퇴사를 한 상태였고

공교롭게도 2년은 2월달 안에 제주도를 항상 다녀오고는 했다

의도한건 아니지만 나는 나만의 규칙처럼

무언가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일들이

하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걸 인지했다

예컨대, 회사에 출근해서 상업적인 글을 쓰기 전

비상업적인 글쓰기 활동을 시작하면서 손을 푼다던가

2월에는 제주도를 간다던가

제주도는 누군가와 항상 같이 간다던가

같은 자잘한 나만의 롤이 생기기 시작했다

29세, 내 인생의 최대치 연봉을 받고

그만큼 나를 갈아넣었던 회사를 나오고 나서

홀가분하기도 했고 인생의 중요한 교훈을 얻기도 했다

(건강잃고 돈으로 고친다 =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나는 그 전보다 낮은 연봉을 받고

다른 회사에 있지만 몸도 마음도 편하고 '한결 가볍다고 해야 하나.

무엇보다 칼퇴를 할 수 있다는 가장 큰 장점과

내가 혼자서도 소화해낼 수 있다는 두번째 이점이 있는 곳에

평화의 상태를 보내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자면 깔끔하게 1월까지 재직을 한 상태로

1월 31일까지 꼬빡 야근을 하면서 풀로 꽉 채워

미약한 퇴직금과 월급을 받고 나는 일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2월을 맞이했다

올해 2월은 생일과 설이 같이 있어서 가족들과 보내면서

덕담겸 생일 축하 메시지를 받았다

나이가 먹을수록 축하를 해주는 사람도 줄어들지만

이 평화로움이 좋았다

생일은 어김없이 함께하는 친구가 있다

벌써 10년째 함께하게 된 친구와 생일을 보내다가

우연히 같이 쉬는 기회가 잘 없을 것 같다며 여행을 제안했다

사실 이 친구와는 여행을 자주 갔었지만

근교나 조금 멀리 간다면 충남권 (그마저도 학교가 있던 천안 근방이었으니)

본격적인 비행기를 타는 여행은 처음이었던 것이다

해외까지 가기에는 조금 빠듯해

국내로 눈을 돌렸고 우리는 그렇게 자주 갔던 제주도를 선택했다

워낙 오래된 친구라서 의견마찰은 없었지만

여행을 같이 간다는 건 또 다른 친구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3박 4일동안 친구와 붙어 있으면서

목소리가 조금 커지는 순간도 있고 이기적인 순간도 있었지만

10년의 내공으로 그또한 덮어지고 감싸질 수 있었다

나는 제주도에 다녀온 후, 이대로 살아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남들 다 연말에 하는 깨달음 같은걸 이제야 느낀 1인

그래서 제주도에서 1년 살기는 뒤로 미루고 두번째 계획인 부산에서 1년 살기를

실행하기 위해 급하게 부산행 표를끊고 빠듯한 일정으로 집도 알아보러 다니고

결과적으로 서울에서 사나, 부산에서 사나 비슷한 금액으로 빠듯하게 살아야 한다는 건

변하지 않았다 단지 가족과 얼마나 멀어지느냐의 차이

그렇게 실패한 채로 나는 다시 서울로 올라왔다

결과적으로는 시도를 해본게 이렇다한게 없기 때문에 실패는 아니었지만

나는 패배한 기분으로 참담하게 올라왔는데

이상하게 심야버스에서 눈물 한 번 쏙 빼고 나니까

이루 말할 수 없을만큼 상쾌한 공기와 가벼운 마음이 다시 샘솟았다

마치 새해 1월 1일 일출을 보며 희망에 벅찬 사람처럼

하지만 그 뒤로도 2월의 2주간을 뒹굴뒹굴 거리며 침대에 누워서 보냈다가

미뤄두고 취소했던 약속들을 잡고 다시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내가 빨리 정신차리고 일반인의 생활패턴으로 돌아오는데

그 언저리에는 사촌오빠의 결혼식에 대한 일종의 압박감같은 것도 작용했다

빨리 자리잡아야 할텐데, 제대로 회사생활 하는 멀쩡한 사람 코스프레라도 해야 결혼식을 가지,

엄마 체면이라도 차려 드리지 같은 생각들이 나를 빨리 정신차리게 만들게 했다

하도 말도 안되는 곳에 이력서를 넣다가 우연히 내가 일했던 분야에 다시 자리가 났다

그리고 1시간도 안지나서 면접 제의가 왔고 나는 다음날 면접을 보고

그 다음주에 바로 출근할 수 있었다

어떤 일은 지독하게 풀리지 않던 일들이,

또 어떤일에는 누가 제지 하지도 못할 정도로 빠르게 풀려버리기도 하는 걸 보면서 ...

나는 그래서 새해 목표를 다시 고쳐 잡기로 했다

사실 부산이나 제주도 가서 독립을 꿈꿨으나

(바다를 보며 글을 쓰는 건 너무 낭만적이니까)

다시 수정한 목표는 서울이되더라도

29세에 독립을 하자

그게 비록 2019년 12월이 될 지라도

어떤 이는 한 해의 시작이기 때문에 1월이 새해 라고 하고

어떤 이는 입학식, 음력 등 본격적인 시작이 3월이라서 새해 같다고 말하지만

나의 새해는 내 1년 기념일 중에 가장 큰 파티인 2월이 본격적인 새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의 새해 2월, 그리고 시작

두근거림이나 설렘은 사라졌지만

다시 희망을 가져볼법한 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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