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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지도 못한 순간을 마주한 순간 (부제, 즐겨찾기)

만 24시간 이내에 내게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이 날은 유독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기도 했고

전혀 생각지도 못한 상황과 마주하기도 했고

전혀 예측하지 못한 사람과 만나기도 했다

예를 들자면 갑작스럽게 집에 오게 된 친구를 기다리면서

신발장 앞에서 응가 마려운 강아지처럼 발을 동동구르며

대기타고 있다가 심심해서 본 거울 속 내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

핸드폰을 꺼내 들었고 꽤나 만족스러운 사진을 얻게 되었던 것 같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서

그렇게 나는 기쁨과 만족을 얻었다

또 예를 들자면 친구와 부산을 떨면서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준비하고

곤지암으로 향했는데 수련회 가는 길에서부터

갑작스러운 친구의 일과 아픔으로 인해 다시 돌아오게 되면서

당황스러웠던 몇 시간여의 길고도 먼 여정길 가운데서도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들에서

나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 했다

다시 예를 들자면 친구가 몇년째 좋아하는 가수의

커버영상을 들으면서 마침 지는 노을과 하늘을 마주하면서

나는 잠시나마 멀고먼 여정과 지친 하루를 위로받을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서

나는 마음의 평화를 찾았다

마지막 예로 들자면 친구가 몇주 전부터 계속 누군가와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그래봤자 정식으로 대면하는 것들이 아니어서

부담은 줄었지만 왜인지 모르게 자취를 시작하게 되면서 살림을 하느라

하루하루를 버텨 나가느라 도무지 연애할 틈이 생기지 않았고

골치 아픈 일들이 해결 기미를 보이기 시작한 자취 한달쯤 됐을 때부터

숨을 돌리며 퍽 외로워지거나 심심해지거나 하는 순간들이 찾아왔다

그러던 때 마침 친구가 집으로 방문했고 내게 시크릿한 방을 하나 만들어 주었다

이번에는 바보같은 실수 없이 무난히 누군가들과 대화를 이어 나갈 수 있었다

취지는 낯선 동네로 이사 온 내게 동네친구 하나 만들라는 솔깃한 제안이었다

그렇게 나는 모르는 부천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던 중

꽤나 호감이 가는 아이가 하나 생겼다

그 이유는 단 하나

고양이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고

집사인가? 혹했기 때문이었다

결론적으로 그는 집사는 아니었지만

고양이를 좋아한다는 이야기에 높은 호감을 사게 되었고

그렇게 우리는 단시간에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사람을

대면하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만나지 않고 전화로만 2시간 동안 이야기 했다

이 정도 시간이면 만나서 같이 영화한 편 본 시간이라는

농담도 놓치지 않고 주고 받았다

원래 아쉬울 때 끊어야지 더 오래 남는 법이라는

명언을 남기고 우리는 대화를 마쳤다

이틀새 우리는 아침인사로 시작하는 사이가 되었다

흘리듯 말했던 내 기상 시간을 기억하고

연락을 해온 걸 보면서 내심 좋은 마음이 감춰지지 않았다

나는 참 태양같은 사람이라

어떤 기분도, 어떤 표현도

잘 숨겨지지 않았다

내가 엄마랑 잠시 외출을 하는 동안에도

연락은 꾸준히 이어졌다

그러는 새에 나도 모르게 그가

내 대화 목록에서 즐겨찾기가 되어 있었다

분명 내가 누른 기억이 없는데

어느새 즐겨찾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시시콜콜한 농담을 주고 받으면서

썸인지 쌈인지 모를 줄을 아슬아슬하게 타면서

나는 다시 누군가에게 관심이 생겼다는 것과

누군가 내게 관심이 생겼다는 사실에

새삼 어쩔줄 몰라하는 어린아이처럼 변해버렸다는 것

그리고도 연애 한번 안해본 사람처럼

선뜻 마음이 궁금해지기도 했던 밤이 졌다

다시 돌아오는 아침에는 내 기상 시간에 맞춰

연락이 올까 기다려지는 아침이,

이따 저녁에는 운동하면서 내 전화를 기다리게 될까

기다려지는 저녁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사람을 만나서

나는 다시 두근거림을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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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지도 못했던 일들과

생각지도 못했던 사람을

대면하는 순간이 있다

예컨대 우리집 신발장이 셀카명당이라던가

제일 기대않던 체육대회만 참석한다던가

선택의 순간 제일 중요한 것의 가치와

매일 듣던 목소리의 재발견과

다시 누군가 관심이 생긴 것 같은 일

하루동안 내게 많은 일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하늘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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