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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하지 못한 고백

나는 살면서 누군가에게 고백 받았던 기억이 손에 꼽는데

그중에 대부분은 사겼던 남자친구들에게서 받은 고백이었다

그런데 나는 몇 안되는 친구들 중에서도

이해가 안가는 고백이 하나 있었다

때는 중학교 때였다

그 친구는 나의 짝궁이었고,

그렇게 많은 말을 주고 받지도, 엄청 친하지도 않은 친구였던 걸로 기억한다

가끔 가다가 책상 선을 넘었다느니, 내 교과서라느니

사소한걸로 옥신각신했던 게

내 기억 속에 전부였다

그리고 우연히 (할 사람이 없어서였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나는 친구들의 인기투표같은 투표로 부회장이 되었다

그래서 친하지 않았던 친구들과도 가까워질 수 있었다

그러다가 묘한 감정을 감지하게 되었는데

자꾸 나만보면 키득키득 거리고 뭔가 으름장? 엄포같이

너 그러면 안 알려준다?

하는 식의 말을 친구들이 하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유치했지만 그때는 중학생이었으니까

그래서 황당했던 나는

도대체 뭘 안알려준다는거야? 하고 대꾸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키득키득 뿐이었다

그러다가 초등학교 때 같은 반이던 친구가 내게 살짝 귀뜸해주었다

너 좋아하는 애가 있어

너 빼고 다 알아

나도 알고있는데 누군지 알려줄까?

나는 그 아이를 어르고 달래서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거 걔가 말하지 말랬어

고백한다고 했거든

어떻게 반응을 해야할까 잠시 망설였지만

내가 관심있었던 아이도, 좋아하는 아이도 아니었기 때문에

그냥 먼저 말을 걸어줄 때까지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그치만 매번 같은 시간에 나란히 앉아 수업을 듣는건

너무나도 괴로운 일이었다

그 후로 신경써야할 게 한두개가 아니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한단 말이지?

사소해서 신경조차 쓰지 않았던 일들이

온통 신경쓰이기 시작했다

때는 마침 화이트데이가 다가오는 시점이었다

그 친구는 내게 사탕을 좋아하냐고 물었다

나는 사탕보다 초콜릿을 더 좋아한다고 했다 (이때부터였나 .. 내 철벽이)

그리고 또 뭘 좋아하냐고 문자로 물어보길래

(나 양심없네) 나는 곰인형을 좋아한다고 했다

바보가 아닌이상 그 친구가 곰인형과 사탕을 줄거란걸

모를리가 없었다 그래도 나 내심 기대했다

근데 뭐 안줘도 그만이니까 라는 생각으로

학교를 잘 다니다가 어느 토요일이었던가

그 친구가 뭐하냐고 물어보았다

아무것도 안한다고 하니까

학교 앞으로 잠시 나오라는 거다

학교 근처를 갔다

마음이 이상했다

빨리 가고 싶은 마음 절반, 가기 싫은 마음 절반

아마 더 솔직하게는 빨리가서 그 아이가 어떤 선물을 준비했는지 보고 싶기도 했고

빨리 그 선물을 받아들고 당차게 집에 오고 싶었던 것 같다

두번째는 그 친구를 만나는걸 누가 보면 어쩌지

그래서 친구들이 놀리면 어쩌지 라는 걱정에 가기 싫었던 마음 반

그렇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학교 근처에 도착했다

그 친구는 혼자 서 있었다

그리고 내게 사탕 바구니를 내밀었다

사탕바구니 안에는 가운데 곰인형이 앉아있었다

생각해보면 서른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그 사탕바구니를 이길만큼 큰걸 받아본적이 없다

아마 그때 그 아이가 표현하고 싶었던 마음이

그 정도로 크다는 걸 말해주고 싶었던 건 아닐까

그런데 사탕바구니와 함께 들려오는 말은 너무나도 황당했다

"나 너 많이 좋아했어"

"뭐라고?"

"내가 너 많이 좋아했다고. 그거 알아줬으면 좋겠어"

"야 그럼 내가 이걸 어떻게 받냐. 그냥 가져가."

"아냐 이건 너 주려고 가져온거야. 그러니까 가져도 되. 받아줘"

"어..어.. 그래?"

"응 어색해하지말고 학교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잘 지내자!"

식의 대화가 끝나고 나는 그 아이와 헤어졌다

사탕바구니를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너무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 이 자식이 지금 나랑 뭐하자는 거야

좋아한다도 아니고 좋아하는 거 같아도 아니고

좋아했어? 그럼 이걸 왜주는데

마치, 사탕바구니 받으면서 고백을 받았는데 차인 기분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나는 이 사실을 친구들에게 말해줘야 할까

말하고나면 누가 더 창피한 일이 되어 버릴까

머릿속이 복잡했다

사탕바구니를 들고 들어온 날, 엄마는 나보다 더 좋아했다

나는 그 사탕을 전부 엄마에게 먹으라고 주고 방으로 들어왔다

엄마는 사탕을 냉동실에 넣어놓고 생각날때마다 하나씩 꺼내 먹었지만

나는 단 한개도 먹지 않았다, 아니 먹을수가 없었다

그 이후로 그 아이와는 어색해지지 않았다

다행히도

그리고 졸업때까지 간간히 연락을 유지하며

꽤 많이 친해지게 되었다

그치만 그때 나에게 왜 그런 고백을 했는지

끝내 물어볼 수가 없었다

아쉽게도 내가 고등학교가 멀어지면서

그 아이와 연락이 끊어지게 되었고

나중에 SNS로 알게 된 소식은

그 친구에게 아이가 생겼고

그래서 생각보다 어린 나이에

더 어린 아내와 함께 가정을 꾸리게 됐다는 것이다

나는 그때의 그 친구 고백을 얼마전까지도 이해하지 못했다

현재진행형인 고백도 아닌걸 왜 이야기 하고 싶었던 걸까

그리고 시간이 15년이나 흘러 나는

어렴풋이 그 마음을 짐작해볼 수 있다

그것은 내가 정말로, 사랑의 열병처럼 앓고 난 후였다

실로 오랜만에 긴긴 짝사랑을 접기로 마음을 먹었다가

슬금슬금 올라오는 그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나는 화가났다가 분노했다가 슬퍼졌다가 우울해졌다가를

반복하며 롤러코스터처럼 제어될 줄 몰랐다

그러다가 어느 날은 문득 (안되는줄 알면서도)

연락을 취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말하고 싶었다

내가 너무, 너무나도 그리워했다고, 좋아했다고

과거형으로라도 말해주고 싶었다

그건 일종의 복수 같은 마음도 있었다

너도 똑같이 내 생각 많이 하고, 나를 놓친 걸 후회해봐라

혹은 조금이나마 남은 알량한 내 자존심도 챙기기 위함이었음을

쿨하게 혹은 찌질하게

내가 너 좋아했었는데 응, 이제는 아니야

같은 말을 건네고 싶었다

그리고 제발 내 마음을 좀 알아채주겠니? 싶은 마음도

할당량을 지니고 있었다

그렇게 간신히 내 마음을 붙잡고

금방이라도 터질것 같은 내 마음을 위태위태 붙잡고 있었다

이제는 결과를 바라지 않으니

마음이라도 전하고 싶은 순간

나는 그제서야 15년 전

그 아이의 고백이 이해가갔다

그 마음을 더 빨리 알아챘더라면

그때 그 사탕을 하나라도 먹을 걸 그랬다

달달함은 어디가고

지금

내 입은 무지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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