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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말도 들을 수 없는 상태

누구의 말도 들을 수 없는 상태

나는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을 때 몸에서 나오는 증상이 있다.

귀가 잘 안들리는 것이 바로 그 증상이다

스트레스가 엄청 심하면 귀가 멀어지게 된다고 해야하나?

교묘하게 내가 듣고싶은 말만 골라 듣는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귀가 아예 멀어버리는 것도 아니고

정말,

'잠깐-!나 지금 귀에 아무것도 안들리거든? 나 잠시 쉴게!' 하고 파업해버리는 느낌

오늘은 오전 내내 그랬다. 귀를 닫아버리니 생각을 정리할 수가 있겠는가

몸은 자꾸 쉬라고 농성을 벌이는데 내가 해줄 수 있는건 겨우 참치김밥 몇 개 입에 넣어주는 것 뿐

그러니 바로! '드럽고 치사해서 안한다 파업!!' 하고서는 소화기관이 고장나 버리기나 하지.

나는 또 안좋은 습관이 스트레스를 극도로 받을 때 내 자신을 위해주는 일이 아닌 나를 혹사시켜버리는 일에 주도적으로 앞장선다

그러니 일만하면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가고 손해가 나도 뒤에서 궁시렁댈 뿐 피드백이나 어떠한 정당함을 요구하지 못한채 금방 지쳐버리고 만다.

일할 때 최선을 다해서 누구보다도 기가 막히게 제 몫을 다해내지만 결국 내 살 깎아먹기를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이다.

약간 자포자기였는지도 모른다. 더이상 아프기 싫고 더이상 스트레스 받기 싫으니까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

그래서 글도 그렇게 나와버렸다.. 이 사람 말도 듣고 저 사람 말도 들으니까 머리가 터질것 같아서 에라 모르겠다 될대로 되라

막써버린 글은 쉽게 풀려버렸고 쉽게 풀린 글은 쉽게 읽혔다. 참 아이러니 하다.

누구의 말도 들을 수 없는 상태가 되서야 비로소 될대로 되라 내 멋대로 해버리는 것 너무나도 나같은 태도였다.

책임질 수 있을때까지 책임지고, 있는 그대로 스트레스는 스펀지처럼 모두 흡수하고 그리고나서야 에라 모르겠어 하고 움켜쥔 주먹에 힘을 풀어버리는 몇년 째 반복되는 나의 행동

어제 중고서점에서 구입한 책에서는 그런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세상에는 수많은 소리들이 존재하지만 어떤 소리는 다른 어떤 소리보다 중요하다.

나팔 소리가 장군의 돌격 외침보다 커서는 안된다. 기침 소리가 피아노 연주 소리보다 커서는 안된다. 주인공의 대사보다 BGM이 커서는 안되고 창밖 소음이 엄마의 자장가 소리보다 커서는 안된다.

우리 안에도 수많은 목소리들이 존재하고 있으며 어떤 목소리는 다른 어떤 목소리보다 더 중요하다.

좌절의 목소리와 희망의 목소리 끝이라는 목소리와 다시 시작이라는 목소리 왠지 불안하다라는 목소리와 예감이 좋다라는 목소리 나는 보잘것 없다라는 목소리와 내 안의 나를 믿는다라는 목소리 중

무심코 내가 따르는 이 목소리는 과연 어떤 목소리일까 내 사람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중요한 목소리가 맞을까?

언제나 내 안에 들리는 목소리들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어떤 목소리는 더 작게 어떤 목소리는 더 크게 볼륨 조절이 필요하다.

-ICM,볼륨조절이 필요해-

 

어쩌면 나에게 일어난 귀가 멀어버린 현상은

어떤 목소리는 조금 더 작게 어떤 목소리는 조금 더 크게

내가 하는 목소리에 조금만 더 귀 기울이라고 하는 신호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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