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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풍, 본디 좋은 흐름

vo1 01.투윤프로젝트 & 두 윤작가

며칠을 정말 중요한 프로젝트의 고비를 넘기느라

야근과 늦게 퇴근하던 길의 반복이었다.

오늘 아침 출근을 30분이나 지각을 하고나서야 길고 긴 야근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

홈쇼핑의 비수기라는 8월을

힘겹고도 나태하고도 느리게 넘기고 있었다.

일은 하기 싫고

딴짓은 하고 싶고

사색은 많아 지고

그러다보니 이것저것 관심있는 것들 주변을 기웃거렸다.

그래서 독립출판과 잡지 그리고 독립 매거진

뱃지와 도룩과 다이어리 그리고 어느 낯선 디자인 회사 홈페이지까지

기웃거리다가 잡지를 내볼까 까지 생각이 가 닿았다.

사실 나는 오래전부터 잡지 회사에 들어가고 싶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장르는 정해져있었고 이를테면 약간의 잡학사전 같은 느낌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력서를 무수히 많은 곳에 냈었고

기자 이력 한줄 없는 내가 에디터를 꿈꿨다.

하지만 현실은 방송과 영상 경험 몇 줄로

나는 홈쇼핑 작가까지 되었고

홍보영상을 만들고 프로그램 타이틀을 만들고

간지나는 제품 영상들을 만들어내는게 꽤 재밌게 느껴져

자리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하기 시작하던 때였다.

게다가 집에 보내는 생활비, 나의 주체할 수 없는 물욕,

그리고 20대 후반이 되서야 독립아닌 독립을 하고

내 공간을 사수하기 위해서 쏟아부어야 하는 독립세에다가

핸드폰비, 공과금, 보험료, 카드값 등

내가 최소한의 직장인다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각종 요금들이

나를 직장에서 그만두게 만들지 못하고 꿈에서 차츰 멀어지게 했다.

그래서일까

다른 장르의 회사에 들어가기에 어정쩡한 나이가 되버렸고

새로 직업을 갖기에는 너무 많은 나이가 되버렸고

욕심많은 나는 지금 이 직업과 작업물들을 포기하지 못하게 되버렸고

그래서 나는 일을 하나 더 만들기로 했다.

그리고 이 조심스럽고도 어설픈 프로젝트를

더 확실히 하고자

나보다 한발 먼저 앞서 걷고 있는 또다른 윤작가에게

sos를 쳤다.

구체적인 방향이나 정해진 가이드라인은 없지만

우리 같이 맨땅에 헤딩해보는 건 어떠냐고.

그리고 황급히 콜! 이라고 외치며 당당하게 손을 들고 들어오는

윤작가 (내 상상속)가 보였다.

그렇게 우리는 매거진을 만들기로 했다.

우리가 서로의 블로그를 기웃거리면서 남겼던 위로와 안부는

서로만 보기 아까웠던 탓에

분명 또 다른 누군가는 이해하고, 위로받을 거라는 생각에

우리는 무언가 일을 내기로 했다.

그리고 또다른 윤작가는

막 독립출판에 발을 떼고 아쉽고도 헛헛했던 마음에서

'협업의 글쓰기'를 내심 생각하고 있던 터였다.

게다가 누가 결이 같은 사람이 아니랄까봐

성실성실의 아이콘과 계획적인 여자의 만남이라서

당장 만나는 이번주 토요일부터 우리는 큰 그림을 그리기로 했다.

이미 우리는 그냥 보내는 무수히 많은 저녁시간과 밤과 새벽사이를

20대 후반에 흘려보내는 시간들을 조금 더 가치 있는 일에 쏟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윤작가 역시 이 일이,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뭔가 나 혼자만의 습작이 아니고 또 결국 회사의 이익으로 돌아가는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일을 하고 시작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라고 내 말에 동의를 해주었다.

어쩌면 선배가 될 수도 있는

독립출판 시장의 선배들이 남긴 about.

그리고 여기서 영감을 얻은 우리의 프로젝트.

낮에는 본업을, 밤에는 키친테이블라이터가 되어 딴짓을 해보기로 했다.

우리는 밥벌이를 놓지 못하는 비루한 현실이지만

또 꿈도 놓지 못하는 드리머들이니까.

꿈마저 없었으면 또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테니까

결국 어떤 형태든 쓰고 만들어야 함은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지 어언 4-5년 만에야

깨달은 어느 화창한 날의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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