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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서로에게 놀라운 선물이야

우린 서로에게 가장 놀라운 선물이야

그런 때가 있다. 열심히 응원을 하고 싶을 때,

뙤약볕이 내리쬐는 운동장, 앞뒤 달을 따져봐도 가장 날씨가 화창하다고 몇번이고 기상예보를 확인하고,

엄마에게 몇번이나 도시락 메뉴를 확인받던 날 아침

내가 먼저 가 있을테니 몇시까지 꼭 오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흰 운동화를 신고 백팀 머리띠를 챙겨 학교로 향했던 아침

몇주간, 깃발을 펄럭이며 3학년 전체가 같은 음악을 반복하며 연습을 했다.

실제 움직이는 우리는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없지만 보는 부모님들을 기쁘게 하기 위해 열심히 박자에 맞춰 깃발을 이리저리 흔들어 보이던 숱한 오후의 나날들을 보내고 드디어 디데이였다.

실수를 하지 않으려 부단히도 애를 쓰던 그날 오후의 어느 초등학교 운동장

구령대에 선 선생님의 손짓에 맞춰 우리는 깃발을 들고 마치 계주선수가 되어 스타트 신호를 기다리는 냥 모두가 비장한 표정이었다.

그만큼 열심히 했고 그만큼의 보상을 박수로 받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지겹게 들었던 노래가 흘러나왔다.

"하늘엔 조각구름 떠있고 - 강물엔유람선이 떠있고- 저마다누려야할 행복이 언제나자유로운 곳 뚜렷한사계절이 있기에 볼수록정이드는 산과들 우리의마음속에 이상이..끝없이펼쳐지는 곳

원하는것은 무엇이든 얻을수 있고.. 뜻하는것은 무엇이건 될수가 있어 이렇게 우린 은혜로운 이땅을 위해 이렇게 우린이 강산을 노래부르네 아아 우리 대한민국 아아 우리조국 아아 영원토록 사랑하리라..."

누가 부른 노래인지도 모르고, 언제 나온 노래인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음정에 맞춰, 박자에 맞춰, 가사에 맞춰 깃발을 펄럭이었다.

때로는 대한민국 국기를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파도를 만들기도 하면서 우리는 노래를 완성해갔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지만 이 모습을 본 부모님들은 저마다 무언가를 떠올리는 듯한 표정들이었다.

모두 들어올렸던 수백개의 깃발들을

바닥에 내려놓은 순간

열화와 같은 성원과 박수, 함성소리가 터져나왔다.

간간히 수고했다고 멋지다고

자랑스럽다고 고생많았다고 하는 몇마디의 말들이

운동장으로 툭툭 - 던져졌다.

처음으로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받아본 박수와 함성소리.

누군가에게 응원을 받는다는 것이

이렇게나 벅차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던 가을 운동회 날

그렇게 멋지고 화려했던 쇼를 마치고 학년 중에 가장 멋있었던 퍼포먼스라고 서로를 위해가던 시간이 지나고 계주 달리기 시간이있었다.

안친하고 잘 모르는 아이가 대표로 나갔지만 우리 반, 우리 학년이라는 이유로 목청 껏 응원을 했던 때

그러다 역전이라도 할라 치면 괴성을 지르며 환호하고 뭐가 그렇게 신이 난지 엄마한테 한껏 자랑을 늘어놓던 그 때

 

내가 그 때 이후로 누군가를 위해서 열심히 응원을 하고 싶을 때가 있었을까.

어줍잖은 위로였어도 건네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해 말을 건네고

그 말속에서 얼마나 큰 위로를 받을지 가늠하지 못했지만

그 마음이 진심으로 전해지기를 바라던 밤

또, 꼭 내가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진심으로 오갔던 새벽의 대화 속에서도

나는 새삼 지금도 누군가를 열심히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깨닳았다.

 

그리고 나의 바램만큼이나 그들역시 나의 행복을 빌어주고 있구나

어느 구간을 나혼자만 통과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걷고 때로는 교차하여 마주치고 있구나 싶은 생각에 안심이 되기도 했다.

내가 지금 어느 구간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곳이 터널이든, 동굴이든 어느 어마무시한 곳일지라도 혼자가 아님이 내심 안심되었다.

목청껏 응원하면 메아리처럼 다시 답을 줄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내심 안도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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