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모르는 척 한다
나는 모르는 척 한다
내가 안다는 걸 들키면 더 이상 모르는 척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보고 싶은 것만 본다
너무 많은 걸 보면 길을 잃기 때문이다
나는 관심 두지 않는다
그래봤자 소용없기 때문이다
나는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그래야 조금 더 행복하기 때문이다
나는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한다
나는 나를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사이가 안좋았던 피디가 불현듯 그만둔다는 이야기를 했다.
내게 큰 도움이 되었고 일을 잘했던 상사가 불현듯 그만 두어버렸다.
나는 근데 그 사이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아무것도 물어볼 수도 없었다.
무슨 말을 하면 나도 동요될 것 같아서 나도 그런 마음을 먹을 것 같아서 나도 무언가 해줘야할 것 같아서 나도 같은편에 서주어야 할 것 같아서
나는 비겁했다.
그래서 들려도 들리지 않는 척을 했고 보여도 보이지 않는 척을 했고 알아도 모르는 척,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렇게 사회생활을 하고 이렇게 어른이 되는구나 알게되면서도 나는 퍽 슬퍼졌다.
이런 어른이 되려고 한 게 아닌데
나는 매우 겁쟁이가 되었고 나는 매우 눈뜬 장님이 되었고 나는 매우 비겁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