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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뒷목을 잡아당기는 무언가

내 뒷목을 잡아당기는 무언가

이상하게 주말만 되면 눈이 일찍 떠진다. 그것도 꼭 아침 7시, 언제 맞춰진 몸의 반응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그때쯤이면 항상 눈을 떠 깜짝놀라 시간을 확인하고는 한다. 직장인의 습관같은 것일까.

너무 일찍 눈이 떠진 나는 어제 저녁 하지 못했던 예배준비를 비몽사몽 마치고 인터넷을 검색하고 있었다.

그러다 고등학교 때도 보지 못했던 사탐 인강 선생님 영상을 보게 되었는데 수능을 준비했던 고3, 재수생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이지영쌤에 관한 이야기였다.

자신을 20살 신림동에 살때부터 괴롭혔던 스토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20대 중반이 되어서도 여전히 자신을 괴롭혔던 학생 스토커에 대한 이야기를 연이어 들었다.

누군가에게는 무섭다는 생각이 들기도 할테지만 누군가에게는 그런일이 한번쯤은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도 그런 기억들이 어렴풋하게 묻어나있었다.

그렇게 나는 누군가의 이야기일수도, 나의 이야기일수도, 여자라면 당연하게 겪었던 일들에 대해서 듣다가 잠이 들었다.

그래서인걸까, 아니면 눈을 떠 무심코 먹었던 과자때문일까.

요상한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나는 아직도 쉐어하우스에 있었다.

그리고 너 아직도 안나갔냐는 듯한 시선으로 나를 쳐다보는 누군가들이 있었다.

나는 왜 아직도 거기에 갇혀있었던 것일까. 그러다가 같이 섬기고 있는 언니한테 언니 미안한데 나 늦을것 같아요... 라고 말하고 나서 잠에서 깼다.

시계를 보니 1시 36분. 2시 10분까지 이촌으로 가야하는 나는 눈을 뜨자마자 부리나케 화장실로 향했다.

급하게 씻고 준비한 나는 대충 머리만 말리고 옷입고 뛰어나갔다.

1시 50분. 늦겠지? 미리 연락을 한 후, 버스를 타고 다시 지하철을 타고 다시 버스를 타면서 내내 머리가 너무 아팠다.

체한걸까, 자세를 잘못잡아서일까, 악몽을 꿔서 일까.

곰곰히 생각하며 예배준비하러 향했다. 집중이 되지 못한채, 잦은 실수를 하며 또 한편으로는 목사님의 부재에 마음이 조금 가벼워지면서 예배를 어떻게 끝냈는지도 모른채 그렇게 예배를 마쳤다.

순모임을 안하고 가려다가 너무 오래 안나갔지 싶어 참석했다. 거기서도 지끈거리는 머리는 여전했다.

끝나고 친(한)언니를 만나기로 했다.

리더가 집에 안가냐고 말해서 언니만나서 같이 간다고 하니까 친언니? 라고 해서 친(한)언니라고 이야기해줬다.

머리가 아파서 바람을 좀 쐬려고 30분을 밖에서 기다리는데 언니가 뒤늦게 연락이 왔다.

이미 버스를 타고 출발했다며,

그래서 중간에서 만나서 함께 곰탕집으로 향했다.

언니랑 그간 있었던 이야기도 하며 회포를 풀었다. 그럼에도 머리아픈 게 여전했다.

언니랑 곰탕을 든든히 먹고 난 후, 너무 오랜만이라고, 이렇게 이야기 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고 이야기하면서 손을 잡는데 그간 아팠던 머리가 괜찮아지는 것을 느꼈다.

나는 요 며칠 계속 웃음이 필요했던 것일까, 에너지가 필요했던 것일까 수다가 필요했던 것일까 무엇이 부족했던 것일까

집에 들어와서도 머리아픔이 가시지 않아 약을 먹은 후, 뒤척이다가 겨우 잠이 들었지만

내 뒷목을 잡아당기는 그 무언가가 꼭 내가 추측하는 이유가 아닐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하루였다.

무엇이 부족하든, 어떤 것에 결핍이 있든 무언가 나의 뒷목을 잡고 있는데 그 경우의 수가 매우 많아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하나씩 제하고 원인을 알아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p.s. 현대인이 겪는 병, 스트레스가 아닐까도 추측해보지만, 혹시 몰라 파스도 한장 붙였다. 파스가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가끔은 이 한장으로 모든 것을 풀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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