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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일까

외로움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일까

어제는 오랫만에 일찍 집에 가게 되었다. 회사 근처에서 친구를 만나고 함께 저녁을 먹으며 그간 있었던 일들을 토로했다.

수다를 떨며 무거웠던 기분을 좀 날리고 나니 한결 가벼워졌다.

촬영의 여파로 아직 회복되지 않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힘겹게 집으로 향했다.

씻지도 못한채 이불에 파고들어 핸드폰을 하다가 우연히 누군가 쓴 트윗글을 발견하였다.

카페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이었는데 그 카페에 종종 오시는 할아버지가 계시다고 했다. 보통은 느긋하게 커피 한잔을 하고 가시는데, 오늘은 너무 바빠 쫓기듯이 마시고 나가셨다고 한다.

글쓴이는 그게 마음에 걸렸는지 문앞까지 나가 안녕히 가시라고 인사를 드렸는데 몇 분뒤에 할아버지가 다시 나오셔서 무언가를 건네주셨다고 했다.

그건,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숯불갈비였다. '내가 먹으려고 산건데, 자네가 잘가라고 인사해서 주는거야'

글쓴이는 숯불갈비 1인분을 받아들고 이런 생각을 했더랬다.

외로움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일까. 갈비는 일 인분이었고, 아주 맛있었다고 남겼다. 그리고 내 인사가 이만큼 대단했을리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나는 이 글을 읽으면서 이 사람이 궁금해졌다.

누군가는 그냥 지나쳤을수도, 누군가는 잊어버릴 수 있던 일을 기억하고, 생각한다는 게

그리고 불현듯, 결혼을 하지 않을거라고 말하고 다니는 내자신, 그리고 지금의 나와 내 앞에 놓여진 상황

내가 나중에 혼자라면, 저럴까. 지금의 나는 돌아다닐 곳도 많고, 힘도 많고 쉴곳도 많지만 그때의 나는 돌아다닐 곳이 없어 바람이라도 쐬려고 집앞에 앉아있고 전화 걸 곳이 없어 핸드폰을 뒤적이며 커피 한잔도 쫓기듯 마시고 나와야 하며 누군가의 호의에 무척이나 감사하다고 느끼는 그런 외로움을 느끼게 될까

퍽 슬프고 무서워졌다. 비단 그래서 결혼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귀결되지는 않았지만 문득 조금 더 멋지게 나이드는 노년은 어떤 것일까 생각해보았다.

외로움은 나이와 상관없이 계절과 상관없이 찾아오는 것이다. 그리고 아무도 없을때 나와 함께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외로워졌다, 문득 가을이 왔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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