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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몰캉몰캉해지는 밤

마음이 몰캉몰캉해지는 밤

그런 밤이 있다 마음이 몰캉몰캉해지는 밤

며칠은 내 자리가 아닌 피디님 옆자리에 붙어서 같이 편집을 하고 야근을 밥먹듯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밤부터 다시 새벽까지 달리고 나서야 늦은 오후 출근 그리고 잠시 쉬어가라는 의미로 들어가라는 한마디

정시퇴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좀 일찍 끝났으니 여유를 부려보고 싶은 이때쯤 아무랑도 연락하지 않고 누워서 빈둥대고 싶어질 때 마음도 같이 녹아 말랑말랑해질 때가 있다

요며칠 일이 하기 싫어 거의 의자에 녹아내렸다 하는거 없이 담이왔고 하는거 없이 스트레스 받았다

그러는 와중에 왜 하는게 없냐고 감독님과 피디님이 내편을 들어주었고 그러는 와중에 몇개의 아이디어로 나름의 내 할일을 해내 칭찬도 받았고 그러는 와중에 조연출들과도 부쩍 친해졌다

언제 그만둘지 알 수 없었던 회사라 그 누구하나 연락처를 저장해놓고 있지 않았는데 야근일수가 늘어나며 자연스레 묘한 동지애가 늘었고 회사 사람들이 하나 둘씩 나갈때마다 늘어가는 일거리에 점차 전우애같은게 생겨났다

누군가 내게 이 회사에서 너의 비전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물음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었는데 지금은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지금, 이대로가 좋다

내가 원하는 글을 쓸 수 없지만 자꾸 문맥이 안맞고 띄어쓰기 실력이 줄고 맞춤법이 헷갈려도

편집실력이 나날이 늘어가고 영상보는 눈이 생기고 디렉을 주고 컷을 체크하는 게 재미있다

지금은 이대로 녹아내려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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