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데스데이
11월 8일, 월차의 일기
이렇게 꼬일수도 있는 하루 늦잠을 잔것도 모자라 날려버린 택시비 더부룩한 속, 점심도 거른채 걷기, 망쳐버린 면접, 놓쳐버린 영화 도입부
그래도 영화는 해피엔딩이어서 다행이다.
여주인공은 몇 번의 죽음, 몇 번의 생일을 겪은 후 자신의 생일날 갖혀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후, 그 하루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주인공의 고군분투 노력이 펼쳐진다.
그러나 여주인공이 생일에 죽어야 하는 슬픔에서 죽은만큼 다시 살아나,내일을 맞기 위해
되돌릴 수 있는 기회도 얼마든지 있다는 기쁨으로 시선을 옮기고 그때부터 여주인공은 내일을 맞이하기 위해 달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나온 영화 속 명대사
Today is the first day of the rest of your life 오늘은 너의 남은 인생의 첫 날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가 굉장히 소중하다는 이야기. 이 하루가 내가 되고, 내가 쌓여서 지금의 나를 만든거니까.
오늘은 월차라 오전에 면접을 보고 일찍 공포영화를 관람했다. 그리고 밀린 은행업무를 보고 종각까지 걸어 다이어리를 사고 카페에 앉아 후기 겸 일기를 썼다.
사람이 어떻게 하고 싶은 것만 하고서 살겠느냐만 그래도 나는 글을 쓸 때가 내겐 가장 좋고, 이때만큼은 세상의 모든 소리가 음소거 되듯이 고요한 시간이 된다.
그 순간을 즐기는 내 자신이 아마도 가장 나다울 때이기도 하고
누군가는 글 쓰는 것이 솜씨좋은 거짓말 이라고 하지만 글쓸때만큼은 진실된 또다른 내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월차라 어딘가 다녀오는 것도 좋지만 그동안 하고싶었던 일, 해야할 일을 처리하고 나니 나름 하루를 알차게 쓴 것 같아 뿌듯했다.
또 적금도 들고, 신카도 만들고, 학자금 마련도 하고 나 이제 정말 어른이 된 것 같다. 재정적으로 여유가 넘치지도 않고 아직 시작은 미약하지만 곧 괜찮아지고 나아질거라 생각했다.
이 한 걸음이 또 다른 나를 만들어줄테니까.
그러니 오늘 꼬여버린 하루도, 이렇게 되버릴거였어 하고 마음을 단념하고 감사하게 넘기기
해피데스데이의 트리가 하루에 갇혀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때 남자주인공 카터가 트리에게 이런 말을 했다.
계속 죽어서 고통스럽겠지만 그만큼 살 수 있는 기회도 많다는거야!
꼬여버린 하루에 속상해도, 나한테는 아직 만회할 수 있는 내일이 있고 다른 마음가짐으로 맞이할 수 있는 내일이 오기 때문에
해피데스데이든 해피버스데이든 선택은 오늘 하루를 사는 내가, 내일을 맞이할 내가, 어제를 산 내가 결정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