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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다는 것

쓴다는 것

요 며칠 사람만 보면 졸졸 따라가는 냥이 걱정이 한가득이었다.

자꾸 사람 손을 타서 따라가는 게

내심 걱정되기도 했고 다가올 추위에 견딜 수 있을지도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집을 만들어주기로 마음먹었다.

만원 언저리로 만들 수 있는 작은 소비로 큰 기쁨이 될거라 의심치 않으며

냥이를 위해 정보를 모으고 필요한 재료들을 사왔다.

그러다 갑작스럽게 친한 언니와 약속을 잡게 되어 저녁 약속이 급하게 생겼다.

냥이를 만나기 전까지는 갑작스러운 약속들이 반갑기만 했는데 냥이를 챙기고서부터는 걱정이 앞섰다.

혹여나 저녁식사 시간이 늦어 나때문에 밥을 굶고 있지는 않을까 낯선 사람을 따라가고 있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

오랫만에 만난 언니는 여전히 환한 웃음으로 나를 맞이했고 그간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털어놓았다.

연애사, 종교, 대인관계 등 장르를 넘어서 다양한 이야기들이 펼쳐졌다.

언니는 여전히 내게 마음을 써주었고 그것은 친한 사이에서는 당연하다는 것을, 언니의 눈짓, 표정, 말투로 계속 내게 인지시켜주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챙기게 된 냥이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나도모르게 자식 자랑하듯이 냥이 자랑도 늘어놓았다.

평소같으면 1-2시간 더 붙잡았을텐데 2시간여의 수다를 후다닥 끝내고 언니와 함께 테이블을 벗어났다.

집에 돌아와서는 서둘러 밥을 챙겨 거리로 나갔다. 거리에는 여전히 냥이 있었는데 누군가 냥이의 간식을 챙겨주고 있었다.

냥이는 간식을 먹다가 나를 알아보았는지 달려와 얼굴을 부벼댔다. 보고싶었다는 듯이

알고보니 그 분역시 고양이를 기르고 있었고 사람을 너무 따라서 걱정중이라고 했다.

나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분은 자기 고양이가 질투할지도 모른다며 내게 이 냥이를 맡기고 사라졌다.

자꾸 내게 애교부리는 것을 보더니 묘연이라고 해주었다.

묘연이라, 우리는 진짜 인연인걸까.

냥이랑 놀아주는데 냥이가 계속

가지말라고 붙잡아서 한참을 붙들려있다가

먹이쪽으로 유인해서 먹여놓고 집으로 들어왔다.

계속 쫄래쫄래 따라오다가도 누군가 영역을 표시해놓아서인지 혹은 자기도 따라오면 안된다는걸 아는것인지 어느정도 가다가 멈추고 관심을 꺼버린다.

기특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나는 냥이를 두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 냥이를 위한 집을 만들었다. 집은 생각보다 훨씬 근사했다. 그 집에 잘 들어가있으면 좋으련만 혹시 내가 둔 자리가 냥이의 보금자리가 아니면 어쩌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만들다보니 어느덧 완성했다.

냥이가 나를 기다리고, 은신을 한 곳인 편의점 앞 빌라 밑 화단에 잘 숨겨놓았다. 혹시 몰라, 부탁의 문구도 같이 적어 놓았다.

냥이 집을 만들어주고 냥이랑 노느라 요즘 남자친구와 연락이 뜸해졌다.

심지어 100일이 지난것도 모른 채,

믈론 남자친구도 까먹었지만,

무려 우리가 100일날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까먹은채 지나쳤다는 생각이 불현듯 스쳐지나가

(사실 언니가 얼마나 됐냐고 물어봐서 기억해낸 거지만)

남자친구에게 내심 미안해졌다.

내가 냥이에게 마음을 쓰는 만큼 남자친구에게도 마음을 써줘야겠다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오늘 커피를 줄여보겠다 다짐하고도 그 말에 반박이라도 하듯 3잔이나 마셨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이 쏟아졌다.

두어시간을 밖에서 보내고 냥이 집을 만드느라고 피곤해졌나보다.

자면서 꿈을 꾸었는데, 냥이가 새끼 냥이랑 우리 집에 들어오는 꿈을 꾸었다. 그리고 아픈 냥이가 자기 좀 돌봐달라고 창문으로 쳐다보았다.

나는 헐레벌떡 냥이를 포획하기위해 봉투를 들고 나가는 꿈이었다.

묘하다. 묘연이라는 게 이런것일까. 간밤에 냥이가 잘 잤는지 확인하기 위해 지각했음에도 불구하고 냥이 집 근처를 가보았다.

냥이는 그곳에서 자고있지 않는것 같았다. 그대신 누군가 헤집어놓은듯 내가 깔아놓은 폭신한 천이 밖으로 나와있었다.

누구의 짓일까. 걱정하다가 서둘러 출근했다.

쓴다는 것, 마음을 쓴다는 게 이런 것일까.

오늘 회사까지 찾아와주고 내 이야기를 들어준

고마운 언니에게 사진을 두장 보냈다. 사진 속에는 두가지 노랫말이 담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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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좋았던 날들의 기억을 설탕에 켜켜이 묻어 언젠가 문득 너무 힘들때면 꺼내어 볼 수 있게 -유자차, 브로콜리너마저

내가 니 편이 되어줄게 괜찮다 말해줄게 다 잘될거라고 넌 빛날거라고 넌 나에게 소중하다고 -내가 니 편이 되어줄게, 커피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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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쓴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라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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