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를 맺는다는 것
관계를 맺다는 것은 누군가가 내 인생 안으로 들어온다는 것,
또는 내가 누군가의 인생 안으로 침범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침범한만큼, 자리를차지한만큼 내야하는
일종의 자릿세같은 무언의 책임감.
나는 요즘 요 며칠간 관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더랬다.
친하게 지내고 싶었던 나의 호의가
누군가에게는 떨림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불편함으로,
누군가에게는 소외로 올 수 있다는것을.
그리고 누군가와 가까워지기로 마음먹었다면,
멀어지는 것은 내 마음대로 절대 할 수가 없는 것.
그래서 가까이 곁에 있기로 선택한다면
마음의 무게, 책임감을 갖고 임해야 할 것.
나는 아직도, 나이가 서른 가까이 찼음에도 불구하고
관계가 버겁고 힘들때가 많다.
또한, 나는 생각했더랬다.
성격이 좋아서 이런 문제에 더 휩싸이는 것일까.
성격이 좋지 않다면 상대적으로 고민할 관계가 줄어드니까
이런 고민을 덜하는 것일까.
그런데 성격이 좋지 않다면, 비단 이런 고민을 할 시간에
치킨을 하나 더 먹고 있을지 모른다.
남의 속도 모르고, 신경쓰지 않은 채로.
그리고 이런 고민을 하고있을 성격좋은 사람에게
훈계질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지.
그렇게 살지 말라고, 그렇게 사는거 아니라고.
그래서 나는 쓴소리를 조금 더 듣더라도
그냥 나답게, 내모습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그게 지금까지 내가 형성해 온 관계이고,
지금 남아있는 사람들의 증명이니까.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정현종, 방문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