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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사는 방식

마음이 한없이 내려가는 순간이 있다.

울컥울컥 눈물이 올라와서

터트리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날이 있다.

내가 지나가다가 본 트윗에서

기가막히게 내 마음을 캐치해낸 글이 하나 있었는데

 

내가 너무너무 힘들 때 깨달은 건

사람은 걷으로 봐선 모른다는 것이었다.

당시 멀쩡하게 차려입고 괜찮은 카페에 앉아

친구들과 웃고 떠들던 나는

겉으론 아무일 없는 사람처럼 보였겠지만

내 속은 지옥이었고 나를 둘러싼 것들도 지옥이었거든.

그렇다고 누구나 지옥을 살고 있을거라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

말 그대로 '모른다'는 것이다.

힘든 사정을 일일이 이야기 하지 않는다고 해서

모든 것이 괜찮다는 뜻이 아니라는 걸.

여기도 마찬가지다.

괜찮은 거 근사한 거 기쁜 일 즐거은 일만 기록한다고 해서

그가 아무일 없이 괜찮다는 방증은 아니라는 거다.

기록하지 않은 그외의 삶은 알길이 없고,

그 '모르는 삶'을 모르는 것으로 두어야지

함부로 판단하면 안된다.

 

구구절절 내 마음 속을 들어갔다 나온것마냥

어찌 저리 맞는 말만 하는지.

사실 오늘 내 기분이 이렇게도 우울의 바닥을 찍은 것은

미니어처 하우스를 만들어보고 싶은데

아주 작은 금액에서도 망설이는 나를 보면서

내 옆자리 (대표님 조카) 아주 귀여운 아이는

가격과는 상관없이 사고 싶은 게 너무 많아 고민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심 그 아이의 삶과 나를 놓고 비교했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내 마음의 아주 작은 파장이었다.

또는 어쩌면 내가 섬기고 있는 팀에서

리더에게 무시를 당하는 기분이 종종 들 때

또 그래서 그와 맞지 않는다는 것을 수시로 느낄 때

나에 대한 배려가 하나도 없는 그를 볼 때

무조건적으로 희생하고 배려해야하는 팀에 있을 때

느껴졌던 그 불편함이 나를 사로잡았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또 어느 조연배우의

일상 생활이 담긴 프로그램을 보며

위안을 삼으려던 찰나

초밥이 먹고 싶다며

도쿄행 비행기티켓을 바로 끊는 모습을 보며

(아무리 방송상 설정인 것은 알지만)

또 막연하게 자존심이 상했는지 모른다.

혹은 위로를 받으려 기분이 안좋은 마음을

남친에게 털어놓았는데 위로는 커녕

너 가끔 이래서 친구가 없는거 아니냐는 식의 말을 들었을때

(약간 인생 헛살았나 생각함)

또는 도저히 방안에 앉아있을 수가 없어서

목도리를 칭칭감고 냥이를 보고 이런저런 이야기하며

속을 풀고 싶었는데 야속하게도 냥이는 요즘

관심주는 사람이 많아서인지 사라져서 보이질 않았다.

하루종일 조금 더 저렴한 샴푸가 없을까

최저가, 대용량, 내 머리에 맞지도 않는 브랜드

검색을 해가며 제일 저렴한 샴푸를 산 내게

너무 미안한 하루였다.

격차가 있다는 걸

아주 어릴적부터 급식비,핸드폰비 등을 통해 알고는 있었지만

나는 내가 능력이 생긴 뒤에도 벌어진 간격을 줄일 수 없다는 사실에

좌절했다. 나는 더이상 꿈을 꾸지 않았다.

내가 하고 싶은게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았고, 내가 원하는 것에 집착하지 않게 되었다.

그래도 또 한편으로는 생각했다.

저 트윗의 글처럼

속은 지옥이어도 웃고있는 사람이 나뿐만은 아니라는 것을

웃고있어도 울고 있는 사람은 천지 빽까리인 것을

나보다 더한 고통을 가지고 더한 아픔이 있어도

기쁜일 좋은일 행복한 일만 알려주는 것임을

사랑만 듬뿍 받았을 것 같고

귀여움을 독차지하던 피디 한명은

술이 잔뜩 취해 올해 자신의 친 오빠가

자살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아직도 모르겠다고 무슨 생각이었는지

생각에 잠긴듯 또는 술에 취한듯

잠을 자듯 이야기 했고

유쾌하고 성격이 좋던 아는 언니는

자신의 아버지가 죽는 모습을 보았다고 했다.

그리고 내 지옥을 말해보자면 나는 우리의 이 가난이

불쌍하고 가여운 아버지가 집안을 팔고 엄마이름을 팔아 받은 업보라고 생각했다.

그것도 모자라 없는 집에 불까지 나고 홀라당 집을 태워먹고도

아빠의 월급봉투까지 앗아가버렸기 때문이었고

그것도 모자라 야간운전을 하는 택시운전사에 시력을 빼앗고

잘나가던 워킹맘의 일자리를 빼앗고

집안때매 일찍이 꿈과 결혼을 접어야했던 미래를 빼앗고

상업적인 글쓰기를 업으로 삼을 수 밖에 없던 어느 작가의 꿈을 빼앗았다.

2018년, 야심차고 새로운 희망과 계획에 부풀어 있는 모두

그리고 내내 조용하던 내가 나도 모르게 무심코 꺼낸 한 마디

다들 계획이 있는데 나는 어떤 좋은 소식을 가져오지..

준비가 없다.

계획도 없다.

잘 사는 방식이란 무엇일까.

어떻게 해야 그런 곳에 내보이지 않고도

잘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마 잘사는 방식은 그런것이겠지

속은 지옥이어도 매일의 삶은 반복되니까

무슨 일 있었냐는 듯이 웃어보이고

지켜야하는 일상과 보듬어야 하는 마음의 온도가 달라

많이 힘들었다는 D의 말처럼

많은 이들이 지옥에 있어도

천국인냥 행동하는 것이겠지.늘 그렇듯이

이런 성격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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