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츄잉껌 냄새가 나는 출근길

그동안 내게는 많은 일이 있었다.

1년도 못채운 회사에 퇴사 통보를 하고

남자친구와도 헤어지고

간간히 알바를 하고

애묘인이 되기도 하고...

내 안에 무수히 많은 변화가 일어났음에도

나는 그동안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2017년 열심히 달렸지만

내게 변한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자꾸 마음의 문을 닫았던 것 같다.

배신당하기 싫어서

생각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물건이든, 사람한테든

속상하기는 매한가지니까.

갑갑한 상황의 연속이었다.

그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부단히 애쓰던 나날들이었다.

그런데도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을 알기에

아마 더 내게 있는 모든 상황들에서

벗어나려고, 변화를 꾀해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에 출근을 하는데

츄잉껌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단맛의 기분좋은 베리향의 껌 냄새.

우리 회사는 롯데제과 근처에 있어서

항상 일정한 날마다 츄잉껌 냄새가

회사 근처를 배회하고는 한다.

스트레스 받았을 때

달달한 걸 먹는것처럼

츄잉껌 냄새 하나에

그동안 얼어있던 마음이

스르륵 풀렸다.

그렇게 쌓아두고 힘들어 하며

힘겹게 버텨왔는데

고작 츄잉껌 냄새 하나로

지옥같던 출근길이

기분좋은 출근길로

바뀔 수 있다니

참으로 놀랍지 않은가.

 

인터넷을 보다가

우주를 다녀온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우주를 다녀온 사람들은

자랑스럽고 스스로 자신감 넘치며

멋진 커리어를 쌓았다고

고개 들고 어깨 펴고 당당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겸손해진다는 것이다.

먼 우주에서

유리볼 같이 투명하고 맑은 지구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세상은 이렇게

아름다운데

나는 왜 먼지

축에도 속하지

않을 작은 고민

가지고 이렇게

힘들어했을까.

눈을 돌리면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이 있는데

그리고 그들은

다시 지구로

내려와

겸손히 환경운동에 앞장서며

더 긍정적으로, 더 밝게

삶을

살았다고 한다.

 

내게는

목요일 오전의 츄잉껌 냄새가

아마 우주비행사들이 느낀 성찰의 통로였을지도 모른다.

별것도 아닌 작은 고민인데

그게 뭐라고 이렇게 허둥대며 살아왔을까.

시야를 넓혀 바라보면

이해가 되는 것들.

눈을 조금 더 크게 뜨고

코를 조금 더 확장하고

귀를 조금 더 세우면

알게 되는 많은 감각들

나를 스치고 지나간 것들에 대한,

내 주변을 멤돌고 있을 수많은 냄새와 아른거림, 소리들이

그것은 비단 달달한 츄잉껌 냄새 뿐만이 아니라

내 주변 어디든지 도처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나는 아직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는 설렘과 기쁨으로

들뜬 출근길을 맞이하였다.

새해에는 부디,

츄잉껌 냄새가 풍겨오는

달달한 새해가 되기를 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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