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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하는 삶

주변에서 흔히들 보는 귀농의 꿈을 꾸는 엄마,아빠

꽃과 하늘, 산만 보면 그렇게 프사를 해대던 어르신들

그때는 멋모르고 흉내내본다고 장미꽃 한 송이 놓으며 따라했던 것 같은데

나이가 한 살 한 살 먹어보니 왜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은지 알게 되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보면서 꼭 그런 삶에 대한 동경이 생겼다.

28년을 서울에서 나고 자라면서 매순간이 치열했고 매순간이 경쟁이었다.

출근길 버스 안에서도 소리없는 전쟁을 치뤘고 회사에서도 눈코뜰새없이 바쁜 하루를 보냈고 그러다보니 나는 내 몸안에 있는 모든 에너지를 써야할만큼, 힘에 겨웠던 계절을 이겨내고 있었다.

리틀포레스트는 취업도, 연애도, 시험도 무엇하나 뚜렷하게 되는 것이 없는 혜원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기 위해 고향으로 내려가 쉼표를 그리는 일년간의 일상을 담아내고 있다.

자신의 성장이 아닌 자신이 키운 농작물의 성장을 보면서 혜원은 그렇게 성장해갔다.

영화니까, 아름답고 행복한 모습만 담아냈을거란 생각은 왜 안했겠냐만은, 내려갈 고향이 없는 내게 리틀 포레스트는 유토피아이자 낙원같은 존재였다.

어젯밤 같은 영화를 보고 온 친구가 너무 좋았다고 힐링 영화였다고 평을 보내왔었다.

내가 그런 삶을 살고 싶다 했더니 농사는 짓기 싫다며 단박에 잘라버렸다.

그렇게 바로 뭐 열리고 하는 거 쉽지 않다며. 비료를 미친듯이 뿌리고 이불 덮어주고 시간되면 다시 이불 거두고 천막을 치고 살아야한다고.

가장 현실적인 조언이었다.

여기서의 치열함이 있듯이 그곳에서도 치열함이 왜 없겠는가 싶었다.

나는 누군가와 부대끼며 사는 게 퍽 힘들다가도 누군가와 부대끼며 살아서 행복하다고 느끼는 모순적인 사람인지라 왠지..

거기가면 또 힘들겠지 싶으면서도 그래도 계속 품고 싶었다.

 

며칠 전부터 인스타그램을 공개로 돌려놓았다. 대부분이 홍보였지만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다. 그 중 꽃집을 오픈 준비중인 한 부산남자 (디테일 돋는)가 제주도 사진에 좋아요를 눌렀다.

누구지 싶어서 들어가보았는데, 나무와 산, 꽃과 자연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남자였다.

그를 보면서 다시 리틀 포레스트에 대한 동경이 스물스물 올라왔다.

그가 올린 사진들을 보면서 나는

문득, 이런 거리를 사랑하는 사람이랑 걷고 싶다 또는

이런 흙을 같이 만지고 싶다 같은 매우 노년스러운 감상에 젖기도 했다.

이곳에서 나는 엎어지면 코닿을 연트럴파크가 있고,

매일매일 신기하고 재미난 가게를 보는 재미로 들리는 연남 골목길이 있고,

정시퇴근이 큰 메리트인 우리 회사도 연남에 있고,

내가 무척이나 애정해 마지않는 장점들이 무궁무진한 이곳에서

나는 자꾸 그곳을 그리워한다.

(그곳이 제주인지, 부산인지 아직 알 수 없지만)

리틀 포레스트 속 재하가 혜원에게 그랬던 것처럼,

그렇게 바쁘게 산다고 문제가 해결이 될까.

그것은 벌써 지쳐버렸다는 뜻이거나

이렇게나 빨리 지쳐버렸다는 또다른 신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동경하는 마음이 더 커져버렸는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내 말은, 그런 삶을 동경한다는, 보고싶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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