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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리러 갈게

어제는 아주 오랫만에 순모임을 갔다.

내가 몇 개월 간, 있었던 이야기를 털어놓았고 변함없이 순원들은 나를 다독이고 감싸주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챙겨주고, 알아주어서 너무 고맙고 감사하지만 나는 그런 위로를 받고 싶었던 게 아니라고.

내가 이렇게 입 밖으로 꺼낼 수 있게 된 것은 정말 이 일이 어느정도 괜찮아졌기 때문이고 그래서 말로도, 입밖으로도, 친하지 않아도 설명이 가능해졌다는 뜻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이 일을 계기로 누군가의 위로가 받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

단지, 그간 내가 나오지 못했던 이유를, 힘겨웠던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 데 필요했던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어김없이 나는 노래를 들었다.

내가 매번 듣는 노래가 있는데, 스탠딩에그의 "데리러갈게"

 

내 안에 시들었던 사랑이 살아난 걸까 잔잔한 내 맘에 설레임을 가져온 너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너만 있다면 행복할 것 같아 데리러 갈게 널 어디에 있든지 늦은 건 아닌 걸까 달려갈게 데리러 갈게 널 후회하지 않도록 기다릴래 지금 당장 널 데리러 갈게 해맑은 네 얼굴 왜 오늘 더욱 그리운 걸까 메마른 내 맘에 내리는 단비 같았던 너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너만 있다면 활짝 웃을 거야 데리러 갈게 널 어디에 있든지 늦은 건 아닌 걸까 달려갈게 데리러 갈게 널 후회하지 않도록 기다릴래 지금 널 데리러 갈게 내 안에 무지개 같은 예쁜 색깔을 칠하고 입혀 준 너라서 내 얼굴에 활짝 핀 미소를 피게 해 줄 단 한 사람 데려올래 한 번만 더 조금만 더 네 안에 날 담아주겠니 데리러 갈게 널 어디에 있든지 늦은 건 아닌 걸까 달려갈게 데리러 갈게 널 후회하지 않도록 기다릴래 지금 당장 널 데리러 갈게 데리러 갈게 널 후회 따윈 않도록 기다릴래 지금 당장 널 데리러 갈게

 

데리러 갈게 널 어디에 있든지 늦은 건 아닐까 달려갈게

사랑해 마지 않은 사람에게 보내는 가사가 아름답고도 영롱한데 나는 유독 이 노래만 들으면 슬퍼진다.

왜일까 생각해보니까 그건 지난 며칠동안 나를 스쳐지나갔던 영양가 없었던 만남들이 퍽 슬퍼졌기 때문이었고 숱한 만남들을 통해서 나는 아직 일어날 자신이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이고 여름이처럼, 나를 간만보고 도망간 수 많은 남자들에게서

내가 상처받지 않도록 치는 울타리가 상당히 높았다는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노래를 듣다가 버스에서 내렸다. 그리 늦은 시간도 아니었고, 이른 시간도 아니었다. 그리고 누군가 데리러 나올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그럴만한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닌 밤이었다.

노래를 듣다가 나는 왈칵 울어버렸다. 무엇이 그리 슬펐는지 알 수 없었지만

나는 엉엉 울며 아무도 걷지 않는 골목길에 접어섰다.

그냥 단순히, '나를 데리러 올 사람이 없어' 라고 마음 속으로 생각하고

슬퍼져서 우는 거라고 결론을 내렸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사람을 만나는데는 에너지를 써야 하고, 사람을 헤어지는데도 마음을 써야 한다.

그게 아주 잠깐이 되었든, 아주 찰나가 되었든. 나는 엄청 빛났었던 것 같은데, 단숨에 초라해졌다.

빨리 어두컴컴한 새벽이 사라지고, 아침이 되기를 내가 가든, 네가 오든 데리러 갈 사람이 꼭 생기길 바라는 밤이 저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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