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살고 싶어서 떠났다
9일을 내리 일하고 나서 좀처럼 몸이 회복될줄을 몰랐다.
의욕이 없어서인지, 몸이 아파서인지 알 수 없었다.
감기몸살 + 편도염의 원인은 미세먼지일수도 과다한업무량때문일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지나가는 바람일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지끈지끈 아픈 머리는 도통 나을지 몰랐다.
계속 신경을 긁게만드는 이빨때문인지,
온통 신경을 곤두서고 있게 만드는 일때문인지 나는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수습을 마칠 준비를 하고 나는 떠나기로 했다.
그간 연애같지 않은 연애도 시작하고 처음으로 프로젝트도 들어가고 나름의 성과들이 있었지만
영 내키지도, 마음에 들지도 않았었다.
그런데 막상 떠나려니 정리해야할 일들이 무척이나 많았다.
더군다나 다시 실패로 돌아갈까 겁이나 도전이 어려웠다.
그렇게 3월을 보냈다.
희망차기를 바랐던, 누구보다 밝은 꽃길만 바랐던 나였는데 어떻게보면 무참히 짓밟힌 3월을 보내게 되었다.
이쯤되면 내가 나를 갉아먹고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째 나를 잠을 못재우고 밤을 새게 만들었고 온종일 신경을 곤두서게 만들었고 사람을 신경질적으로 만든
치통도 마찬가지였다.
찌를듯이 아픈 치통은
미루면 미룰수록
나를 더 괴롭혔고, 미치게 만들었다.
그래서
미루고 미루다 혹은 어쩌면 벼르고 벼르다 치과를 갔다.
치과에 가서 친절한 의사쌤의 진료에 마음을 놓이며 누워있었다.
나는 어릴때부터 치부를 드러낸 것처럼 입을 벌리는 것을, 이빨을 보여주는 것을 창피해했다.
못나게 자란 것도 한몫했지만 관리를 온전하게 하지 못한 나를 꾸짖을까 싶어
숨길 수 있을 때까지 숨기고 감추어두었다.
그런데 이 의사쌤이 아휴, 아팠겠어요. 얼마나 아팠어? 하는 순간,
두 손 깍지를 꼭 끼고 두 눈을 질끔 감고서 벌벌 떨고있는 나를 향해
괜찮아, 무서워하면 끝도 없어. 겁 낼 필요없어. 무섭지 않아.
그렇게 이야기 해줬다.
어린애한테 어르고 달래듯이 대하는 태도가 아니라
만 27세, 윤민지 환자에게 이제부터 신경치료 열심히 해보자 하는 말
그래서 나는 수습을 마친 후, 이것 저것 다 해보고 싶은 일들을 일단 뒤로 미루고 신경치료에 집중하기로 했다.
더불어 내 온 마음과 신경을
요상하게 만드는 사람들과 일들을 치료하기로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