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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알고 있었다

"힘내라고."

밤에 헤어질 때

로댕은 곧잘 이렇게 말했다.

그는 알고있었다.

젊었을 때 이 말이

날마다 얼마나 필요한 것인가를

-라이너 마리아 릴케-

 

애써 준비했던 제주도 면접에서 낙방을 하고

나는 다시 쓰라린 마음을 안고 정리되지 못한채

서울로 돌아왔다.

될줄 알았던 길이 닫히고 호기로웠던 마음이

부끄러움으로 바뀌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훌쩍 지나버린 2주의 시간동안 나는

다친 마음을 위로하기보다 플랜비가 없다는

사실에 무기력함에 빠져있었다.

하다못해 여행이라도 다녀오라는 친구의 말에

빠듯한 잔고를 들먹이며 핑계를 둘러댔다.

이전 회사에서의 수습기간은

시간적으로나, 경력으로나, 경제적으로

마이너스임이 분명했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내가 지금까지 선택했던 수많은 선택들 중

잘못선택했던 것들에 대한.

그리고 내가 한 선택이 아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나는 지금쯤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에 대한 가늠까지

일어나기 어려운 일들에 관한 상상은 때론

현재의 나를 더 무기력하게 만들기도 한다.

나는 알고있었다. 더 이상 여행이 다른 일을 하는 동기부여나 에너지가 되지 않음을

나는 또 알고있었다. 이 이상 지체함은 나를 더 무기력하게 만들것임을

나는 또 알고 있었다. 업을 바꾸든, 터닝포인트를 마련하든 그 힘의 원천은 돈에서 나온다는 것을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그저, 힘내라고 주문을 거는 것뿐이 없다는 것을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미생에서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너가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체력을 먼저 길러라.

너가 종종 후반에 무너지는 이유

데미지를 입은 후에 회복이 더딘 이유

실수한 후 복구가 느린 이유

다 체력의 한계 때문이야

체력이 약하면 빨리 편안함을 찾게되고 그러면 인내심이 떨어지고

승부따위는 상관없는 지경에 이르지,

이기고 싶다면 니 고민을 충분히 견뎌줄 몸을 먼저 만들어

정신력은 체력의 보호없이는 구호밖에 안돼

늘상 체력 탓을 했다. 9호선을 타고 강남까지 갈 자신이 없어서

회사를 걸렀고, 여행에서도 늘 체력탓에 빨리 지쳤다.

무엇보다 회사를 쉬고 오랜만에 오른 동네 뒷산에서

1시간의 산책은 내게 3시간의 낮잠과 맞바꿀 정도였으니

이 정도면 말해 무엇하리

본래 성격이 1시간 운동했으니 3시간 정도 낮잠자도 되지

날도 선선한데, 이러려고 회사 쉰 거 아니야? 싶은 널널한 성격이 못되서

1시간 겨우 산책으로 3시간를 보충하다니 닥달하고도 남았다.

심지어 다리에 알이 베겨 붓기를 빼려다

멍까지 들고야 말았다.

흉하게 착색된 멍을 보며

책상 위에 있는 모든 것을 떨어트리는 우리집 고양이 미니에게

너가 그랬지? 라는 말도 안되는 질문도 했다.

내가 그랬지 실은.

그래서 결론은 조금 느려도 좋으니

체력을 기르기로 했다.

청년의 때에 나는 체력이 이렇게나 필요할 줄 몰랐지

체력은 국력이 아니라 나를 이끄는 인력(거)임을

빼앗긴 체력에도 봄은 올까

로댕이 릴케에게 해주었다는 그 말처럼

부디 힘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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