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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쿠키가 내게 말한 것

포춘쿠키가 내게 말한 것

회사에서 송년회다 마니또다 갑작스럽게 정해진 덕분에 무엇을 준비할까 한참을 고민하던 끝에 열시가 다 되어서야 선물을 다 고를 수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내가 누군가에게 선물한게 언제이지? 싶던 순간이 스치었다.

낯선이에게 주는 선물에서도 나는 내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라고,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센스있는 사람으로 나를 기억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골랐으며, 내가 갖고 싶은 선물을 고름으로써 완벽한 이기적인 선물을 만들어버렸다.

그렇게 남을 위한 선물이 아닌 나를 위한 선물같은 시간을 보내고 진짜 손이 헛헛해 나를 위한 셀프 선물을 하나 더 하게 되었다.

이전에는 몰랐는데 장미 케이스를 하나 둘 사다보니까 내가 장미를 좋아하는 구나 내가 몰랐던 취향을 하나 알게 되었다 이번에도 하얀색 가죽에 수놓여진 만개한 분홍 장미가 놓인 케이스였다 바보같이 아이폰8을 7로 착각해 잘못 사긴 했지만 다행히 잘 맞아주었다

그 후에도 나는 홍대를 떠나지않고 서성였다 무언가를 더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괜히 아쉬웠다 이번 연말도 크리스마스도 집에서 그냥 보낸 아쉬운 마음에서인지 나 혼자여도 마음껏 기분을 내고 싶었다

이상하게 한살 한살 나이가 들면서 친구들은 더 만나기 어려워졌고 사람들은 더 없어지는지 모를 일이었다

한참 프리하던 프리랜서 시절에는 바빠도 좋으니 돈이나 왕창 벌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굴뚝같았는데 어떻게 이렇게 그런 마음은 정확하게 캐치하시는지 나는 올해 목표했던 꿈의 연봉을 이룰 수 있게 되었고 누구를 만날 틈없이, 연애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정말 많이 바빠지게 되었다

그럼에도 나는 그 안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 내가 과연 여기가 맞는것인가 이렇게 심장이 아플 정도로 가는 길이 맞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 그래서 나는 돈을 조금 받더라도 행복한 일을 하는게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치만 이미 한번 실패한 제주행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았다 마음이 많이 어려웠다

또다시 실패하면 이번에는 제로가 아니라

마이너스임이 분명하기 때문에 나는 쉽사리 떠날 수가 없었다

남들은 쉽게 정착하고 잘만 사는것 같은데 내게는 왜이리 길이 열리지 않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그렇게 고민고민하다가 어느새 타로가게 앞에 서 있었다 연말이라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다시 뒤돌아 걸었다 교회를 다니고, 믿는 신이 있지만 나는 이상하게 그런 식으로 충족을 원하지 않았다

사람에게 듣고 싶은 말이 있었다 괜찮다고, 잘 하고 있다고 그 말을 듣고 싶었다

괜히 방황하며 돌아다니다가 집에가기 아쉬워 다시 한 번 타로 가게 앞을 갔다

타로 집은 아직 열려 있었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망설이고 있던 날 발견한 아주머니가 나와서 나를 맞이해주었다

그렇게 엉겁결에 앉아서 일년 운세를 보게 되었다

결과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일년간 바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될 거란 운세 연애는 물론이고 건강도 못챙긴다고, 무엇때문인지 돈이 모이지 않고 왕창 나간다는데 전체 운은 좋다고한다 (이게 무슨 개똥같은 소리인가)

처음 가는 곳이어서 나는 그 분의 실력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이직을 할지, 이곳에 남을지 고민이 컸는데 타로에서도 여전히 나는 고민중으로 나왔고 이직을 해도 마음을 충족시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결국 이곳에 남아서 계속 바쁘고 힘들어하면서 고민할거라고 말했다 (아니 저기요 그거는 타로를 안봐도 알거 같다구요)

내가 원한건 그런 대답이 아니었다 영상을 다시 할지, 기획을 계속 할지 고민 중이었는데 영상이 훨씬 더 잘할 수 있는 일이고 좋아할거라고 했다 (아니 저기요 그건 저도 알고 있어요)

들으나 마나 한 이야기를 듣다가 더이상 질문을 하는게 무의미해서 돈을 지불했다

허탈한 마음과 찝찝한 마음을 안고 돌아가려는데 아주머니는 포춘쿠키가 담긴 상자를 내밀었다

"가기 전에 이거 하나 줄게요. 원하는거 골라가요."

나는 그 상자 속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포춘쿠키 하나를 집었다.

그 자리에서 보지 않고 주머니에 넣은 채 그대로 그 가게를 나왔다.

집에 와서 마니또 선물을 포장하고 누웠다가 포춘쿠키가 생각나서 펼쳐 보았다.

그 안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

 

이성적으로 한번 더 생각한 후 결정을 하게 되면 어설프게 시작했기 때문에 나중에 보완하는 수고를 덜게 됩니다 너무 조급해 하지 마세요 당신은 충분히 잘하고 있습니다

 

나는 그런 말을 사람에게 듣고 싶었던 것 같다 조급해 하지 않아도 되, 너 스스로 괴롭히지 않아도 괜찮아. 같은 말들

송년회를 가기 전, 대표님이 따로 불러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회사에서 겪고 있는 고충에 대한 상담과 조언을 해주셨다.

그리고 한것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보너스와 연봉조정을 해주시며 이 회사에 조금 더 머물러 있기를 바라셨다.

그 후에도 내가 이번 프로젝트에서 했던 성과와 나를 뽑게 된 이야기, 나의 장점과 능력을 이야기해주시면서 아직 검증되지 않은 내 원석을 발견하시고 믿어주셨다.

나는 이제 마음을 여기에 두어야 한다. 어설프게 시작했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깎이고 다쳐서 상처도 많이 받았고 내 몸의 일부를 떼어내는 것처럼 몸도 많이 아팠다.

그래도 그게 다 더 빛나기 위한 과정일거라고 더 보석같아지는 시간이 될거라고 믿고 싶었다.

내 스스로에게도, 다른 누군가들을 통해서도 너는 보석이 될 수 있다고 믿고 싶었다.

그리고 송년회에서 나는 내 마니또에게서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라는 책을 선물 받으며 힘들어 하지 말고 기운내라는 응원을 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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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만났던 친구에게서도 책선물을 받았다. 한참을 일독을 푸느라 여행을 하느라고 생각할만한 일들은 뒤로 미뤄두었는데 이 책은 꼭 집중해서 읽고싶었다. 그 친구는 내 마음에 아마 이런 위로를 해주고 싶었을 거다. ---------------------------------------------- 하고 싶은 말

할 수 있을까 했던 생각은 하고 싶은 마음을 선물해주었고 시간을 데려와 나와 함께 걸으니 어느새 하고 있는 나를 보여준다

하고 싶고 할 수 있고 그 사이 어딘가 멈추려 하지 않으면 된다

그러면 된다 그거면 된다

그냥 너는 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두려워 멈추지 말고 하고 싶은 그 맘 꼭 안아주라 말하고 싶다

------------------------------------------------- 해지기 전 달 밝은 날

달빛이 외로워 보였다

아직 지지 않은 해가 환하게 밝혀준 저녁, 달빛은 외로이 홀로 빛나고 있었다 사람들은 밝은 하늘에 떠 있는 달은 신기하게 바라볼 뿐, 해가 지지 않은 저녁을 더욱 반기는 듯하다

외로워 보이는 달빛에게서 오늘 하루는 열심히 살았을 네가 보였고 나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아직 어두워지지 않아서 제빛을 발하지 못하는 달처럼 아직 너에게 필요한 어둠을 만나지 못했을 뿐

너는 지금도 여전히 빛나고 있다고

결코 그 빛을 잃어버린게 아니라 거기 그대로, 아름답게 반짝이고 있음을 말해주고 싶었다. 너의 빛은 외롭지 않을 거라고

--------------------------------------------------- 믿는 순간으로부터

바람이 지나고 어둠이 내려앉았다. 어둔 밤 별안간 한 줄기 빛을 보았을 때 아주 가느다란 빛이 네게 말했다

'이 어둠을 통과해야만 빛 가운데 설 수 있어'

어둠을 통과하는 것이 싫었다. 어둠이 더 싫었다. 지나가고 싶었다. 지나가야만 했다. 자신 없었지만 포기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 순간, 믿어야 했다.

포기하지 않을 나와 빛을 향한 믿음을.

그 믿음이 결국 우리를 포기하지 않게 만들어줄 것을.

믿기로 했다.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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