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가 진짜로 원하는게 뭐야?
연이은 야근과 새벽퇴근
그리고 끝날 줄 몰랐던 프로젝트를 또
힘겹게 고비를 넘듯이 넘겼다
그러는동안 나는 합정동 사무실에서
'아, 주임님은 오늘도 야근이구나'
누구나 인정하는 야근 붙박이처럼
내 자리에서 일어설 줄 몰랐고,
그래도 그나마 다행이었던건
이번에는 밥을 좀 챙겨먹었다는 거였다
도저히 밥을 먹지 않고서는 버티기가 힘들기도 했고
밥을 먹어도 더디고, 밥을 먹지 않아도 더디다면
밥을 먹으며 더디게 걷기로 선택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프로젝트를 끝나고 굉장히
오랜만에 보았던 영화가 말모이였다
거기서 이런 대사가 나온다
한 사람의 열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더 의미있지 않겠냐고
이 회사 들어와서 첫 프로젝트를 할 때는
내가 열 걸음을 걷느라 무척이나 분주하고 몸이 망가지는 줄도 몰랐고
두번째 프로젝트에서는 그래도 공간디자이너들이
편집 디자이너가 위로해주는 토닥임에
진짜 열 사람의 한 걸음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그들에 속도를 맞추느라
황새가 뱁새를 쫒다가 가랑이가 찢어진다는 말처럼
나름 주임에 걸맞는 옷을 걸치느라고
잘하는 누군가를 쫓기 위해서 그렇게 열심히
상하는지도 모르고 걸었던것 같다
어느때와 마찬가지로 야근을 마치고 집에 가려는데
그 날은 유독 택시가 잡히지 않은 토요일 밤 홍대 거리 어딘가였다
예약이라고 적힌 택시들에게 무의미한 신호를 보내다가
그렇게 거리에서 한시간을 서서 보냈다
그날은 내가 회사에 있던 짐의 일부를 짊어지고 퇴근하는 길이었다
나를 가지 못하게 붙잡는 회사 사람들처럼
이상하게 그날따라 지독히도 택시가 잡히지 않았다
너무 화가나서 이러다가 길바닥에서 자고 출근하게 생겼다고
인스타를 남기기도 했다
무의미한 시간을 거리에서 한시간을 보내고
간간히 취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피해 걷다가
나는 다시 회사 근처로 되돌아 왔다
결국 아빠에게 sos를 치고 20분 더 걸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길에서 아빠를 서서 기다리며 생각했다
나는 진짜 원하는게 뭘까
어디에 있고 싶은 걸까
포기해야한다면 무엇을 포기해야할까
그리고 나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나이가 들면서
아는 거는 많아지는데
왜 선택의 폭은 더 좁아지는 걸까
나는 무엇을 손에서 놓고
무엇을 선택하게 될까
그래도 중요한 것은
나는 이 서울이 지독하게 질렸다는 것이다
스카이캐슬의 명대사처럼
후회하지 않겠습니까? 라는 물음에
이제는 내가 답을 해야할 때다